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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뷰/영화 & 드라마 리뷰

탄핵: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Impeachment : American Crime Stroy)

오지일상 2022. 2. 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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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부작 (각 60분 내외)

 

 

우연히 넷플릭스에 추천작품으로 떠서 보게 된 ‘탄핵: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명절 연휴동안 몰아서 볼만큼 흡입력 있는 드라마였다. OJ 심슨, 베르사체에 이어 세 번째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시리즈는 바로 전 대통령 빌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이야기다. 드라마이지만 실제 클린턴 대통령, 모니카 르윈스키, 린다 트립까지 모두 실제 인물과 매우 비슷한 외모의 배우들이 나오고 이 사건의 주인공인 모니카 르윈스키는 직접 제작자로 참여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사실적인 묘사들이 가득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

빌 클린턴이 아닌 모니카 르윈스키의 관점

내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빌 클린턴이 아닌 모니카 르윈스키와 린다 트립이 주인공이 되어 내용을 이끌어간다는 점이었다. 상급자와 인턴이었던 둘의 관계를 생각하더라도 성인이었던 두 명이 불륜을 저지른 것이 두 사람 모두 매우 큰 잘못이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그 사실에 대해 한번 더 짚었다면 이 드라마는 그렇게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인 만큼 실제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는 미국의 대통령과 성적인 부분만 정치적으로 강조되었는데 이 드라마는 린다 트립과 모니카 르윈스키가 중심이 되어 그 각각의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왜 그렇게 믿고 행동했는지 매우 입체적으로 설명해준다.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과 가족들까지 등장해 더욱 스토리의 몰입과 깊이를 더해주는 느낌이었다.

 

모니카 르윈스키

모니카 르윈스키는 당시 22살로 매우 똑똑하고 부유한 집의 딸이었으며 백악관의 인턴이 될 만큼 대단한 수재였다. 그런 모니카가 당시 49세의 빌 클린턴, 세계 최고의 권력자이자 유부남이었던 그와 사적인 관계가 된 것이다. 드라마 속의 둘의 관계는 어린 나이에 미국 최고의 권력자에 대한 선망감과 사랑이 함께 뒤섞인 모습이었다. 드라마를 보면 그녀는 나이 차이가 많은 린다를 가장 친한 친구로 여기고 마음을 모두 내비치고 비밀을 공유하며, 통화가 되지 않으면 매우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걸 보면 모니카는 어리고,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결국 그녀는 내내 크게 대응하지 못하고 상처 받고, 대중의 조롱만 받는 연약한 존재로 그려진다. 결국 그런 불안정하고 어린 모니카를 이용했던 건 오랜 시간 정치, 그리고 언론을 주물렀던 인물들이었다. 그녀가 불륜을 저지른 것은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잘못이지만 그 사실이 정치적으로 이용 당하고, 온 세상의 조롱을 받고, 세계 최고의 권력자를 상대로 정치적 싸움의 수단이 되었던 것이 정당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린다 트립

린다 트립은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으로 백악관에 오래 근무하다가 펜타곤으로 보내졌는데 자신감과 열등감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고, 백악관에 필요한 사람이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어린 시절 ‘ 거스’ (남자같은 외모라는 의미로 추측됨)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여성스럽지 않은 외모에 대해 컴플렉스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동료인 모니카 르윈스키가 빌 클린턴과 부적절한 관계라는 것을 알고 그녀와의 통화 내용을 모두 녹음하고 성 추문을 고발했다. 린다가 이를 고발한 것은 모니카가 권력자에 의해 휘둘려지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것으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이처럼 큰 추문에 연루되는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 핵심이었다. 출판사나 기자들과 통화하고 만나며 본인이 파급력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내세우는 장면들도 여러 번 나온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그녀를 친구라 여겼던 모니카를 배신하고 통화내용을 녹음하며 그녀가 원했던 대로 중요한 사건의 핵심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배신자로,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클린턴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도구로 이용 당하는 모습이다.

 

폴라 존스

처음부터 끝까지 이용만 당했던 인물인 폴라 존스. 폭력적이고 열등감으로 가득한 남편과 어떻게든 폴라를 이용해먹으려는 주변 사람들로 가득한 환경에서 폴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을 위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드라마에 꽤 큰 비중으로 나오지만 폴라는 내내 휘둘리고, 또 휘둘린다. 남편의 눈치를 보고, 순진하게도 재판까지 간 후 변호사와 미디어의 폭격에 무너져 내리고 만다. 모니카는 그래도 재력이 있고 든든한 가족들이 있었지만 폴라는 가족을 비롯해 사진 속 수잔 카펜터 맥밀란까지 모두가 그녀를 이용하려 했다. 화려한 생활과 변호사 군단, 그리고 교묘하게 그녀를 조종하며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힐러리 클린턴

드라마 속 힐러리는 정말이지 냉철하고 어떻게 보면 정치적으로 계산적인 인물이다. 영화 속 클린턴 부부의 관계는 철저하게 정치적 파트너로 힐러리는 빌의 여성 편력을 모두 알고 있지만 본인에게는 모두 솔직하게 말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렇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정치적으로 완벽해보이던 힐러리는 드라마 속에서 함께 추구하는 명분이 있으며 함꼐하는 팀이라고 표현한다. 때문에 힐러리는 빌이 바람 폈다는 사실 보다는 자신들의 위치와 권위를 추락시켰다는 것, 본인이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라 여겼던 빌이 제어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나보인다. 실제로 두 사람 간에 어떤 대화와 협의가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조금은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그들은 그 유명한 일화를 다시 한 번 나눈다. 

 1992년 당선 후 힐러리와 빌은 힐러리의 고향에서 주유소에 가게되고 그 주유소의 사장이 힐러리의 전 남자친구였다. 빌은 힐러리에게 '저 남자가 아니라 대통령인 나랑 결혼해서 다행이지? 라고 말한다. 그러나 힐러리는 '내가 저 남자랑 결혼했으면, 그 남자가 대통령이었겠지' 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힐러리는 자신감 넘치고, 본인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고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여성인 것 같다. 

 

 현실에서 이 사건으로 빌 클린턴은 탄핵 소추되었고, 결국 상원에서 부결되었지만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모니카 르윈스키 또한 이후 취업이나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다. 미디어의 공격과 사람들의 비판 속에 모니카는 사회적으로 매장되어 취업을 하거나 일상을 누리기 어려웠다. 

 

 이후 모니카 르윈스키는 관련해서 책을 쓰지만 이는 외면 받았고, 20여년이 흐른 지금 이 드라마에 제작자로 참여하고, 또 TED에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다. 본인은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유일한 40대 일거라고 말하며 본인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지만 22세에 후회할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냐고 묻는다. 그만큼 무모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나이였다는 정당화, 그리고 공감을 위한 질문이다.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온라인과 언론에서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사이버 폭력에 대해 말하며 연민과 공감의 가치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총평 (★★★☆☆)


대통령의 성추문 스캔들이라는 자극적인 이슈 아래 여러 인간의 군상과 인간적인 면모를 다룬 드라마로, 현실고증이 잘 된 편이라 드라마임에도 굉장한 몰입과 사실적인 묘사를 보여준다. 또한, 미디어와 정치계가 본인의 이익을 위해 어떤 일들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굉장히 다양한 의견과 찬반이 오갈 수 있는 예민한 이슈들로 가득한 사건이고 드라마이지만 실제 있었던 일을 드라마화했기에 그 자극적인 기사 밑에 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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